
'마술하는 로봇인'으로 알려진 이현종 신화플래닛 이사가 교육·서비스용 로봇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봇과 마술, 두 가지 모두 제 인생에서 절대 놓칠 수 없는 목표이자 삶의 방향타입니다."
1980년대 유년기를 보냈다면 '유리겔라(Uri Geller)'라는 이름을 누구나 알 것이다. 어느 날 TV 브라운관을 통해 쇠숟가락을 엿가락처럼 구부리는 초능력(?)을 마음대로 구사하는 유리겔라의 모습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비록 그의 초능력이 '속임수'라는 사실이 들통났지만 유리겔라는 호기심에 가득 찼던 당시 어린이들에게 동경의 대상이자 평생의 추억으로 남게 됐다.
초능력자를 꿈꾸던 아홉 살 소년은 자신도 유리겔라가 될 수 있다는 신념만으로 달려오는 차에 무작정 몸을 던졌다. 천만다행으로 큰 사고는 면했지만 소년은 자신이 초능력자가 아님을 깨닫고 슬퍼했다.
교육·서비스용 로봇 브랜드인 로보링크를 운영하는 신화플래닛 이현종 이사(37·사진)의 이야기다. 이 이사는 "당시 초능력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에 허탈했지만 초능력과 가장 비슷한 게 마술이라는 걸 알게 된 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고 기억했다.
이 이사는 이미 국내 로봇계와 마술계에서 유명한 '마술하는 로봇인'이다. 어찌 보면 공통분모를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로봇과 마술은 그의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인생 자체다.
그는 "마술을 알게 된 순간부터 고등학교까지 독학으로 연습할 정도로 완전히 마술에 빠졌었다"며 "대학에서는 로봇과 밀접한 전자전기제어를 전공하면서 로봇과 마술을 병행하는 인생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좋았던 그는 독학과 전문 교육을 통해 대학생 때 이미 직업 마술사 수준까지 올라섰다. 이를 활용해 대학생 시절 수많은 마술 봉사활동도 다녔다.
하지만 2002년 대학을 졸업하면서 진로의 기로에 섰다. 마술을 포기할 수 없었지만 당장의 생계를 위해 취업을 택했다. 로봇전문기업인 참엔지니어링에 입사해 4년간 산업용 자동화로봇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하지만 직장 생활 속에서도 마술을 향한 열정은 더 타올랐다. 결국 그는 2006년 직장을 그만두고 전문 마술사의 길로 선회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 이사는 "당시 20대 후반이었는데 마술사로서 마지막 도전을 할 수 있는 나이였다"며 "로봇 엔지니어로서 어느 정도 경력을 쌓게 되자 더 늦기 전에 마술사의 꿈을 이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당시는 이은결, 최현우 등 신세대 마술사들이 등장해 마술계의 패러다임이 바뀌던 시절이었다.
실력이 좋았던 그는 프로 마술사의 꿈을 곧바로 이룰 수 있었다. 그 당시 국내 유명 마술전문 기획사인 제리매직엔터테인먼트의 오디션에 한 번에 합격한 것. 기획사에 들어간 후 6~7개월 동안은 비둘기 관리 등 바닥부터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고된 훈련과 실전 경험을 쌓은 그는 이듬해인 2007년 국내 최대 마술경연인 롯데월드 국제마술대회에 한국대표로 참가해 최종 결선까지 오르며 마술사로서 전성기를 열었다.
그러나 이 이사는 2008년 로봇업계로 '유턴'하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이 이사는 "당시 마술계는 비둘기나 카드, 절단 등 단조로운 마술에서 첨단 기술을 활용한 마술로의 격변기였다"며 "이런 상황에서 마술과 로봇을 접목한 융합분야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런 고민 끝에 그가 선택한 곳이 로보링크다. 로보링크는 하드웨어도 만들지만 로봇에 들어가는 교육과 서비스 콘텐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로보링크의 주력 모델인 '로킷 스마트 키트'는 개 사료기, 도난장치 등 일반인들의 창작과 발명을 돕는 제품으로 시장에서 호평받고 있다.
이 이사의 최종 꿈은 로보링크에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마술로봇' 개발이다. 그는 "로봇이 테이블 마술 등 간단한 공연을 할 수 있는 솔루션은 이미 개발했고 이를 탑재할 하드웨어를 만들 계획"이라며 "계획대로라면 2015년 초에는 세계 최초의 마술로봇이 우리 손으로 탄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마술과 로봇은 인간을 기쁘게 해준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마술로봇으로 공연뿐 아니라 마술 교육도 진행해 세상 곳곳에 즐거움을 전파하고 싶다"고 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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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3-12-17 09:53:29 |